또하나의세계기록유산 ‘족보’
류용환 대전선사박물관장
지난해 경상북도 안동 하회와 경주 양동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지자체마다 세계유산 바람이 열병처럼 불고 있다. 국내외적으로 지자체의 홍보를 위해서 그보다 더 훌륭한 소재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. 충청남도도 연초부터 백제문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전담기구까지 발족하였다니, 지역이 좁은 탓도 있지만 문화유산이 빈약한 대전 입장에선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. 하지만 이대로 손 놓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?
지난 1997년 ‘훈민정음’과 ‘조선왕조실록’을 시작으로 2009년 ‘동의보감’까지 모두 7건의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. 이로써 우리나라 기록문화는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지만 여기에 빠진 것이 있다. 바로 족보이다. 중국에서는 종보(宗譜), 일본에서는 가보(家譜)라 하는 족보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되고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보학(譜學)의 종주국으로 꼽힌다. 우리처럼 각 가문마다 족보를 책으로까지 만들어 기록해 온 나라는 없다.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자료실에는 600여 종 1만3000여 권에 이르는 족보가 소장되어 있고, 미국 하버드대에는 우리나라 족보가 모두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되어 있다.
족보는 중국의 6조(六朝)시대에 시작되었다 하는데 이는 왕실의 계통을 기록한 것이며, 개인이 족보를 갖게 된 것은 한(漢)나라 때 과거 응시생의 내력과 조상의 업적 등을 기록한 것이 시초라 한다. 우리나라 족보로는 고려왕실의 계통을 기록한 ‘왕대종록(王代宗錄)’이 처음이다. 고려 양반 귀족은 그 씨족 계보를 기록하는 것을 중요시하였고, 종부시(宗簿寺)에서 종실의 보첩을 관장했다는 ‘고려사’의 기록을 보면 당시 귀족 사이에는 계보를 기록 보존하는 일이 성행한 것으로 추정된다.
현존하는 최고(最高)의 족보는 1476년(성종 7년) 안동권씨 ‘성화보(成化譜)’다. 다음이 문화류씨 두 번째 족보인 1562년(명종 17년)에 간행된 ‘가정보(嘉靖譜)’이며, 이후 각 가문은 경쟁적으로 족보를 간행하기 시작하여 17세기 이후 수많은 가문으로부터 족보가 쏟아져 나왔다.
예전부터 가문의 보물로 여겨 목숨보다 소중히 지켜 온 족보는 ‘피의 기록, 혈연의 역사’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방대하고 체계적인 기록문화다. 근대적 출판기술이 도입된 이래 전국 족보 생산의 90% 이상을 차지한 대전은 뿌리공원과 족보박물관까지 있어 족보문화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. 가장 정교하고 뛰어난 가계 기록인 족보를 이제라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에 우리 대전이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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출처:http://www.daejonilbo.com/news/newsitem.asp?pk_no=93368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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